재택 근무가 늘어나면서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는데 익숙해졌습니다. 편안한 분위기, 느슨한 운동복을 입고 집에서 일하다가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면 타이트한 공간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집처럼 편안하고 안정감 있는 분위기의 사무실을 만들면 어떨까요?
조성익 Sungik Cho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 TRU 건축사 사무소 대표
<Tadao Ando Architect & Associates Office, Japan>
인기척이 느껴지는 사무실
사진은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사무실 입니다. 큰 수직 공간으로 각 층이 연결되어 있어 다른 층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회의하는 소리도 작게나마 들리고요. 층이 나누어진 일반적인 사무실과 비교해보세요. 일반적인 사무실에서는 다른 층에 있는 사람들과 인기척을 느낄 일이 없습니다. 층이 다르면 만날 일도 없고 타인의 존재 조차 잊어버리게 되죠. 반면 안도 다다오의 사무실에서는 끊임없이 다른 층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게 됩니다. 누군가와 함께 일하고 있다는 감각 말입니다.
이것이 꼭 좋은 것일까요?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각 직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불편한 사무실일지도 모릅니다. 감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죠. 익명의 직원들이 모여 제 할 일만 하면 되는 사무실이라면 불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로의 창의력을 모아 협력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결과물로 이어지는 직종에서는 이러한 인기척이 도움이 됩니다.
<Centraal Beheer Office, Herman Hertzberger, Netherlands>
내 자리 애착
사무실 공간에 집의 감각을 주는 또 다른 방법은 내 자리에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사진은 헤르만 헤르츠버거가 설계한 <Centraal Beheer offices>입니다.
천여명이 함께 일하는 이 사무실에서 건축가는 사각형 모양으로 설계한 사무길 공간에 앉으면 다른 층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십자가 모양으로 바닥을 뚫어 아래 층에서 걸어다니고 회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모두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서 좁은 골목을 이루는 유럽의 중세 도시 같은 모습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사무 공간의 코너 부분입니다. 사진에서 검정색 기역자 테이블을 주목해 주세요. 여기에 직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올려둡니다. 화분이나 장난감 같은 것들 말이죠. 일하는 사람들의 개성이 드러나는 작은 전시 테이블 같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꾸민 공간은 사용자들에게 애착을 느끼게 합니다. 일만 하는 사무실이 아니라, 내 자리라는 감각과 애착은 편안한 공간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합니다.
“김과장 휴가 간 동안 화분에 내가 대신 물 줬어.”
이런 훈훈한 대화가 오가는 사무실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