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재택 근무가 늘어남에 따라 직원들은 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일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격식있는 양복과 딱딱한 구두를 벗고 편안하고 일상적인 분위기에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아늑한 집의 느낌을 주는 공간을 만들자고 생각하게 된 이유입니다. 따뜻한 색감과 질감을 가진 마감 재료를 사용하고 공간의 기능에 맞추어 조도를 높이고 낮추었습니다.
일반적인 집이라면 내부 마감에 벽지를 사용합니다. .벽지와 같은 온화한 느낌을 주는 내부 재료는 없을까? 가장 손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재료는 페인트 입니다. 다만 일반적인 방식으로 페인트를 바르면 표면이 매끈해서 소리가 울리는 데다가 빛이 강하게 반사됩니다.
인디언 핑크과 베이지색 염표를 섞은 시멘트 몰탈로 내부를 마감하고 철사 브러쉬로 표면을 긁어서 온화하게 빛을 흡수하는 벽을 만들었습니다.
실내문, 창문 테두리, 가구는 나무 합판으로 제작하여 따뜻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실내문과 책꽂이를 결합하여 하나의 가구처럼 만들고 벽 사이에 인셋(inset: 끼워넣기) 방식으로 설치했습니다.
부암북센터 곳곳에 테라스와 옥상정원이 있어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업무를 할 수 있습니다.
온화한 감각을 주는 디테일
목재 손스침(왼쪽), 세포분열 손잡이(가운데), 피자반죽 손잡이(오른쪽)
건축 재료가 가진 시각적인 분위기는 손잡이나 핸드레일 같은 디테일을 통해 촉각으로 전달됩니다. 핸드레일은 금속 위에 나무로 만든 손스침을 얹어 주택의 계단과 같은 온화한 감각을 전달합니다.
사무실 실내문의 손잡이는 스튜디오 덕두원의 김형철 목수와 협력하여 맞춤 제작했습니다. ‘세포 분열’이라는 아이디어로 디자인된 손잡이는 분열하는 세포처럼 둥글게 튀어나온 곡선의 개수로 어느 층의 문인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3층 사무실의 문을 열 때, 세 개로 분열된 세포 모양의 손잡이가 손에 들어옵니다.
‘피자 반죽’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1층 정문 손잡이는 손으로 문을 움직이는 힘이 피자 반죽을 변형시키는 모습을 형상화했습니다. 사용자가 밀고 당기는 방향을 본능적으로 알아채도록 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이 손잡이도 김형철목수가 나무를 깎아 제작했습니다.
실내의 온화한 무드가 이어지는 계단실
목재 손스침(왼쪽), 세포분열 손잡이(가운데), 피자반죽 손잡이(오른쪽)
계단은 공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합니다. 수평으로만 바닥을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이 계단에서는 사선 방향으로 수직 상승합니다. 발이 닿는 계단판은 일정한 리듬감을 만들며 소리를 울리게 하고, 손은 난간의 촉감을 느끼며 스쳐지나갑니다. 여러 감각이 합쳐진 공감각의 공간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곳이 계단입니다. 이러다보니 계단을 오르는 경험으로 공간이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동을 위한 계단실을 넘어, 기억에 남는 수직 이동의 공간으로 만들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딱 한 권 꽂아 둘 수 있는 책꽂이를 계단참에 두고, 그 위에 차분한 빛깔의 조명을 얹었습니다. 너무 밝지 않도록 조도를 낮추어 차분한 분위기로 만들었습니다. 계단실에서 방향을 알려주는 등대(라이트 하우스)를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