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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진 건물이 주는 교훈


TRU 스태프들에게 보내는 월요일 아침의 메세지 입니다.

조성익,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 / TRU 대표 건축사


부곡 프라이데이


기존 건축 완공 사진에 대한 반발심(?)이라고 해야할까요. 평소 건축 사진을 보면서 불만이 있었습니다. 잡지나 인터넷 기사를 보면 멋진 공간 사진에 사람이 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근사한 주방을 찍은 사진을 보면 그안에 사람도 없고 후라이팬 같은 세간도 별로 없는 것이죠. 있더라도 멋져보이는 최소한의 물건만 두거나, 실제로 주방에서 일어날 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부곡 프라이데이

생활감이 느껴지는 주방, 툇마루에 앉아 있는 사람들



부곡 프라이데이
술상을 문턱에 끼워서 사용하기


우리가 찍는 건물 사진에는 공간에 사람의 행동을 더해서 찍고 싶다는게 촬영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설계할 때 의도했던 사용자의 움직임, 물건의 배치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겁니다. 소금과 후추통을 어느 선반에 둘지, 그것을 어떻게 쉽게 꺼내서 요리에 사용하는지, 한 장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설계 과정에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열심히 디자인 아이디어를 낸 것이니까요.



말하자면, 건축 사진을 통해, 건축가가 의도한 그 공간의 사용법을 (이렇게 사용될 것이라 우리의 의도를) 기록해두자는 것입니다.





부곡 프라이데이
햇빛이 벽을 비추는 각도

준공 사진을 디자인 팀 모두가 함께 가서 찍는 또 다른 이유는 공간을 경험해보자는 생각 때문입니다. 조금 슬프게도 건축가는 자신이 설계한 건물로부터 배울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지어질 때 까지 많은 공을 들이지만, 완성되고 나면 곧바로 건축주와 사용자들이 공간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준공 이후에 건축가는 공간의 주인이 아니라 손님이 되어 방문할 뿐입니다. 내가 디자인한 지붕이 직사 광선을 잘 가리는지 하루 종일 공간을 사용해 보면서 확인할 기회가 없습니다. 창조자가 피조물로부터 피드백을 받을 수 없는 것이죠.



부곡 프라이데이
나무 발을 치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기





그래서 새벽부터 밤까지 진행되는 사진 촬영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해가 뜨면서 방안으로 들어오는 빛이 적당한지, 밤에 조명의 조도가 의도한 대로인지. 하루 종일 집의 사용자가 되어 건축가의 의도를 확인하고, 혹은 오류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부곡 프라이데이

이번 촬영에서도 좋은 교훈이 있었습니다. 산의 풍경을 바라보기 위해 만든 창문에 주방의 하단 수납장에 설치한 조명의 빛이 반사되어 밤의 경치에 방해가 되더군요. 설계 당시, 밤의 풍경을 고려해서 모든 조명을 간접조명으로 설치했었는데, 선반의 조명이 유리에 반사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어요. 지어진 건물만이 알려줄 수 있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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