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건축가가 주변 환경에 맞추어 지은 소박한 집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건축의 아이디어를 배우기도 합니다. 벚꽃집의 디자인 아이디어는 오래된 한 채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설계 의뢰를 받고 처음 이 땅을 방문했을 때 발견한 기존 주택의 이야기 입니다.

조성익  Sungik Cho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  TRU 건축사 사무소 대표

지붕 위의 벚꽃놀이

원래 이 땅에는 이전에 살던 주인이 지어놓은 오래된 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 철거 전에 집 안팎을 돌아보는 중, 재미있는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지붕 위에 한 평 남짓한 나무 데크를 만들어두고 작은 의자를 올려둔 것입니다. 의자에 앉아보니 정원에 가득 심은 벚나무가 내려다 보였습니다.

 

상상력을 동원해서 추측해보니, 마당에 벚꽃이 피면 지붕으로 올라와서 벚꽃놀이를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벚꽃을 밑에서도 보고 위에서도 보고. 고도를 바꿔가며 즐기는 벚꽃 감상법. '그럼 이런 감상법을 새로 짓는 집에도 그대로 끌어오자.' 이렇게 벚꽃집의 아이디어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을에 녹아드는 겸손함

높이와 시점을 바꾸며 즐기는 새로운 벚꽃 감상법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높은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그에 따라 결정한 기본 모양은 전망대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전망대에 서서 아래로는 벚꽃을 보고 멀리로는 산의 능선을 볼 수 있겠죠. 그렇다고 잘난 듯 마을을 내려다보는 형태의 집은 곤란합니다. 마을 고유의 분위기를 깨고 혼자 튀는 집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마을의 풍경에 잘 녹아드는 단정한 기와 지붕을 더하기로 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전망대와 기와 지붕의 조합.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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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에서 찾아낸 어긋난 공간

두 가지 디자인 요소를 정하고 난 후 우리 설계팀은 갖가지 형태 조합을 스케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모형 수십개를 만들어 이 모형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상상하며 후보를 좁혀나갔습니다. 결론으로 남은 최종안은 지붕이 살짝 옆으로 어긋난 모양이었습니다. 마치 서랍을 살짝 당겨서 열어둔 것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하자, 예상치 못했던 재미있는 공간이 두 개나 생겼습니다. 튀어나온 지붕 밑으로는 눈 앞에서 벚꽃을 보는 툇마루를 둘 수 있었고, 지붕과 타워 사이의 어긋난 틈에는 숨겨진 테라스를 둘 수 있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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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벚꽃축제

도시에 살면서도 벚꽃을 볼 기회는 많이 있습니다. 봄 축제가 열리면 벚꽃 터널 밑을 지나가는 환상적인 경험도 해볼 수 있죠. 하지만, 지붕 위로 올라가서 발 밑의 벚꽃 숲을 본 것은 진천 벚꽃집이 처음이었습니다. 시골의 주인 모를 집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시작해 색다르게 자연을 바라보는 방법을 벚꽃집에 적용하게 된 것입니다. 매해 봄이 오면 대가족이 한데 모여 소박한 벚꽃축제를 열겠죠.